16-06-02 어머님의 암 이야기.

5월은 정말 저에게 충격적인 한달이었습니다..

어머님께서 생리도 아닌 분비물이 나오고 윗배가 아프다면서 산부인과에 간다는 이야기를 들은게 5월 초 입니다.

소파술을 받고. 약을 지어먹고. 자궁경부암 검사까지 받았다는 말을 듣고는.. 그때부터. 제 생활을 할수가 없었습니다.

그 좋아하던 사진 / 레고 취미는 그대로 멈추고..

인생의 중심이 제가 아닌 어머님으로 옮겨진걸 보면.. . 건강이란게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5월7일쯤.. 엄마 암 아니라고… 좋아하면서 전화하는 목소리를 듣고. 정말 기쁨을 숨길수가 없었습니다

회사에서.. 큰소리로 떠들만큼 그것은 좋은소식이었습니다.

자궁겸부암 검사 결과. 암이 아니라는 문자…

그것은 정말 축복의 메세지 였습니다..

 

그러나 3일쯤 지나서.. 저녁에 어머님이 퇴근하고 멍하니 티비만 바라보고 계셔서.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다음날.. 평소에 없었던 악몽에 몰아치는 느낌을 벗어나며 늦잠을 자고. .2층 부모님 집으로 올라가니..

아버지께서 어머님 대학병원 가셨다고 저에게 말을 했습니다…

바로 어머님에게 전화를 하니.. 아무말없이… 외래진료 기다리고 있다고.. 나증에 말씀 준다고 하셨습니다..

덜덜 거리는 몸을 일으켜 고대병원에 갈려고 옷을 입는데.. 어머님에게 전화가 옵니다.

잘될꺼야.. 11일날 입원하고 수술하면 된데….

엄마 암이야….

소파술로 긁은 조직검사 결과 자궁내막암 이라는 결과입니다.

 

순간 충격을 받았지만.

암이란 이야기를 하면서 일하러 가시는 어머님의 모습을 보고…

아들로서 우울한 모습을 보여줄수는 없기에…

엄마 그거 병도 아니야… 괜찮을꺼야 라고 말을 하고는..

아버지와 단둘이 눈물을 감출수 없는. 그런 상황속에 빠져버렸습니다…

 

14일이 제 생일이었습니다..

제 생일날 저를 나아주신 어머님이 자궁을 적출한다는 말을 들으니깐.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암 전문가가 되어버렸습니다..

암 까페에 가입을 하고 자궁내막암 관련 정보들을 파악하면서..

어머님이 어떤 상황인지.. 어떤 결과가 생길지에 대한 ..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모든정보를 습득하면서… 조울증 비슷한 병까지 생기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16일날 대학병원에 입원을 해서…

CT/ MRI / 대장 위 내시경 / 펫시티 / 뼈전이 검사 등…. 전체적인 검사를 4일동안 하게 되었습니다.

입원하기전까지 고통없고.. 아픈거 없이. 생활하던 어머님께서… 환자복을 입고..

점점 나약해지는 모습을 볼때마다…

암선고가 멀쩡한 사람을 환자로 만드는게 아닌가 하는 착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16일날 입원해서 21일까지 검사를 하고 퇴원하고 다음주 25일날 수술할 예정이었지만

당수치랑 혈압때문에.. 병원에 더 있다가 수술을 하게되었습니다…

 

25일날 자궁을 적출하는 수술을 하셨습니다..

수술하는 날까지. 어머님 암세포가 몸 어떤 곳에 전이가 되었는지.. 어떤 상황인지

좋은건지 나쁜건지.. 그 누구의 이야기도 못들었습니다..

너무 답답해서.. MRI찍고 펫시티 찍으면 그래도 결과는 알려줘야 하는거 아니냐고

간호사에게 뭐라고 하니….

뭐 발견되거나 변동사항 있으면 기록하는데.. 그런게 하나도 없으니..

나쁜건 아닐꺼에요.. 하는 그런 말들..

그런말 한마디 들으면.. 기분좋게 병원에서 나올수 있고.

그 말 한마디에 잠을 더 잘 잘수가 있었습니다.

 

수술시간은 1시간30분.. 회복실에서 40분…

내가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알게된 그런 수술시간보다 확실하게 짧다…

그렇다면 좋은거다…. 개복수술도 아니고 복강경으로 끝냈다.

수술실에서 나와서.. 처치실로 가는 동안… 수술차트를 보면서…. 안좋은 말이 있나 흟어봤지만.

의학용어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다만.. GOOD 이란 단어 하나 찾아보고…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25일날 수술하고 26일날부터 뛰어다니시고.. 27일날 저녁부터 죽도 아니고 밥을 먹는 어머님의 모습을 보고

참 신기했습니다.

내몸 내가 잘 알어… 나 1기야.. 그러니깐 걱정마.. 엄마 항암 방사선 치료 안해도 될꺼야..

당당하게 말하시는 어머님의 모습을 보고 안심했지만

수술 뒤 일주일 이후에 나오는 최종 조직검사 결과가 나올때까지.. 아무것도 모른다라는.

병원의 이야기는 하루하루 찝찝하게 사는 불편한 사람으로 다시금 돌아가게 해줬습니다.

25일날 수술하고 29일 오전에 퇴원하셨습니다.

그리고 30일날 부터 친구들 만나시고 멀쩡하게 돌아다니는 어머님 모습보고..

저래 멀쩡한데. 혹시 2기나 3기면 어쩌나 하는 속상한 생각만 들을뿐이었습니다.

 

담당 교수님 인터넷 메일주소를 보고..

수술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메일을 보냈습니다.

어머님 빠른 회복 보이셔서 고맙다는 답변을 보고. 정말 감사했습니다.

이 의사 교수님은 그래도 환자 이메일도 잘 보시는구나…정말 고마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수술 후 5일째 되는날에.

다 자세한 조직검사를 위해 추가 요금이 나온다는 문자를 보고..

혹시 안좋은거 아닌가 하는 걱정에.. 사람 피가 말라버렸습니다..

당사자는 멀쩡하다는데 가족들은 그게 아니었지요..

기도하시는 아버지.. 인터넷만 뒤지는 아들…도움이 될수는 없는 사람들 입니다.

 

오늘 6월2일 외래가 잡혔습니다

최종결과를 듣는 날입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어머님이랑 아버지랑 같이 병원에 들렸습니다.

외래진료가 있는 시간 보다 한시간 일찍 도착해서..

먼저 조직검사표 보기 위해서… 수납창구에 가서.. 뽑아봤습니다..

이미 인터넷을 통해서 조직검사표 보는 법을 배웠기에..

그 생소한 단어들이 정말 눈에 잘 보였습니다

임파선 림프 전이없음 하지만 세포 분포도는 좋지 않아서 G3

일단 전이 없으니 1기는 확실하고…

의사님 한테 직접 들어보자…하고 외래 진료실로 들어갔습니다

 

무뚝뚝한 표정으로 불편한곳 없냐고 물으시더니..

컴퓨터로 조직검사표를 보고는 의사님이 말씀하십니다.

축하합니다. 조직검사가 아주 잘 나왔습니다..

내부에만 있었고 침식도 별로 없습니다

임파선 림프 전이 없고…

환자는 방사선 항암 필요없습니다.

다만 세포 분화도가 좋지 못해서… 몸관리는 신경쓰셔야 되겠네요.

혹시 아드님이 저한테 메일 보낸 분이냐고 메일 잘봤다고 하시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교수님이 저보고 궁금한거 다 물어보라고 하시는데

이것저것 물어보고 답변해주시는 분위기가 정말 좋았습니다.

이말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축하한다.. 아주 좋다… 건강하다…

어머님 그 이야기 듣고는 싱글벙글 하고.. 저도 정말 좋아서 죽었습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암은 없어질수가 없습니다..

한번 생기면 언제든지 재발의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도 정말 좋습니다..

노력할겁니다..

어머님 정말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