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전 만우절을 기억하며

그전날 11시에서 12시로 넘어가는 시점이면 요상한 문자와 전화에 만우절이 왔다는 느낌을 가지곤 합니다.. 오빠 우리 사귀자… 그녀의 고백이 진심이던 만우절의 이벤트성 장난이던.. 기억이란 공간에는 따뜻했던 맘으로 남아있지요. 그런 오빠하던 여자분들이 한둘 결혼하고.. 누나했던 여자분들은 자식키우기 바쁘고… 가벼운 농담이 일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운 나이가 되어버렸지만 오늘만큼은 누구나 이해해줄수 있는 날이 아닐까 생각되요. 혹시나 예전에 연락했던 그 사람 잘 살고 있을지… 오늘 연락한번 해보고.. 차갑게 나온다면 만우절 3글자 이야기하고 지나가면. 맘이 덜 아플까요… 일상이라고 하지요. 출근해서 정신없이 일하고… 저녁에 허기진 몸을 이끌고 집에와서 차한잔하고 음악한곡 듣고.. 그러다보면 다시 내일이 다가오고. 그러다보면 감성적인 생각.. 내가 아닌 다른사람의 생각들..하지못하고 지나가죠..

일이란 중요한 생활이지만.. 일을 함으로서 정신적 문화를 많이 허비하는거 같습니다. 모든 일에는 스트레스를 동반하겠지만. 그것을 잘 조절하고 시간을 이용해서 나를 즐겁게 만들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행복한 삶이겠죠..

오늘은 2003년 4월1일로 돌아갈려고 합니다..

2003년 4월1일 만우절입니다…

대학교를 휴학하고 자격증 공부도 하며 알바를 하고 있습니다. 7월달에 군대에 입대하기 때문에.. 사실 놀기도 벅찰 시기죠…. 어린패기라고 할까요.. 내 머릿속에는 여자와 여행. 그리고 젊음만 존재합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장국영이 자살했던 기사를 보게됩니다.. 좋아했던 배우였기에.. 그사람의 새로운 영화를 다시는 보지못한다는 사실에.. 뭔가 가슴이 먹먹합니다 어제 저녁만 해도 성월동화를 다운받아서 재미있게 봤는데.. 그사람이 자살을 하다니. 오후2시쯤에 당시 여자친구에게 문자가 옵니다.. 요즘에 마음이 변한거 같다고. 좋은쪽이던 나쁜쪽이던 잘 모르겠다고 일단 저녁에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말하고.. 만우절 장난일까. 사실일까 라는 생각에 일을 못하고 멍만 때리고 있습니다.. 오늘 멍은 나에게 너무 많이 맞아서 상처를 입었을겁니다… 저녁에 평촌에서 여자친구를 만났는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합니다. 심각하게 있으니.. 만우절이라며..장난이라고 말을 합니다. 하지만 여자는 참 이해할수 없습니다. 자기가 장난치고 뭔가 삐져서 말도 안합니다. 나는 한술 더 떠서..장국영 이야기만 합니다… 오늘 집앞에서 헤어지는 그녀는 너참 재미없다는 말을 하고 집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커플홈페이지에 자기 일기 썼으니. 확인해보라는 문자를 보내고 그녀는 잠들었습니다. 나는 마지막까지 이게 뭐냐며 설마라는 생각에..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자기 오늘 너무 잘생겨 보인다고 우리 영원하게 사귀자는 한줄의 글이 남아있습니다.

기록이란건 그래서 좋지요…. 지금은 다른사람의 아내이지만… 당시를 기억하고 공간과 시간의 감성을 꺼낼수 있기 때문입니다. 애잔하다고 표현하지요 가슴아프고 밉고 괘씸하고 벌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 좋은사람들이었고.. 다들 행복했으면 좋겠지요. 사람인생은 상황이 만드는거 같습니다.. 좋은여자 좋은남자..잘 연락하다 연이 끊어진다면. 그 상황이 문제였고. 끊어진 연을 이을 용기가.. 둘다 가지지 못했던거겠죠.. 2003년 4월1일날 행복했던 인연이.. 2004년 군대에서 이별을 느끼고… 2009년쯤에 다시 나에게 연락했던 그녀를.. 용기가 없어 못만났지만.. 어쩌면.. 별 이유없이 몸이 멀어져 마음까지 사그라 들었던 군대시절의 이별은.. 진짜 이별이 아닐꺼 같아….다시 시작하는 진짜 이별을 생각하기 싫었나봐요.. 그사람은 나에게 첫사랑이었으니.. 이렇게라도 추억에빠져.생각할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